뉴욕 법회 1500명 운집, 참나는 무엇인가 화두 던져...세계의 중심 뉴욕에서, 그것도 사찰이 아닌 교회에서 한국 대표 선지식이 대규모 법회를 연 것은 한국불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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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스님, 뉴욕서 한국 불교의 목탁을 치다
뉴욕 법회 1500명 운집... "참나는 무엇인가" 화두 던져
기사입력 2011.09.16 17:02:12 최종수정 2011.09.16 20:13:14
`통~통~통통통통….`
멀리서도 우뚝 솟아 보이는 미국 뉴욕 리버사이드교회.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비롯한 유명 지도자의 연설로 유명한 이곳에 15일 저녁(현지시간) 맑고 청아한 목탁 소리가 울려퍼졌다. 찬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죽비 소리도 연거푸 들렸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지식 진제스님(대구 동화사 조실ㆍ77)의 법회가 열린 것이다.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 그것도 사찰이 아닌 교회에서 한국 대표 선지식이 대규모 법회를 연 것은 한국 불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교회 예배당에는 피부색과 국경, 나이를 초월한 뉴욕 시민들과 불자, 종교학자들의 발길로 금세 북적거려 1500명 좌석이 꽉 찼다. 국내외 스님 150여 명을 포함해 목사와 신부들도 보였다.
붉은 가사를 입은 진제스님은 2층 예배당에 마련된 법상에 올라 주장자(나무 막대)를 들어 보이며 법문을 시작했다. 스님이 앉은 법상 뒤 벽에 걸려 있는 십자가가 이번 법회의 역사성과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음, 마음, 마음이오. 가히 찾기가 어려움이로다. 찾으려 한즉은 그대가 가히 보지 못함이로다. 무심히 앉아 있으니 마음도 무심히 앉아 있음이로다." 이성적인 언어의 세계가 아닌 직관을 통해 진리에 이르는 설법이 시작됐다. 법문 통역은 미국 햄프셔대 교수인 혜민스님이 맡았다.
"이 자리에 앉은 것은 어떤 종교가 낫다고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해 동양문화의 정수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세계는 종교와 사상을 넘어 서로가 마음을 통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스님은 한국 선(禪)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이자 화두를 의심하며 깨달음에 이르는 간화선(看話禪)을 소개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참나를 깨달아 마음의 고향에 이르면, 어머니의 품과 같이 온갖 시비 갈등과 시기와 질투가 끊어 없어져서 대안락과 대자유, 그리고 무량한 대지혜를 수용하게 됩니다."
스님이 뉴욕 불자를 향해 던진 화두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던가(What is my true self before my parents gave birth to me?)`다. 40여 분의 법문이 끝나갈 무렵 스님이 말했다. "산봉우리에 구름이 걷히니 산마루가 드러나고 밝은 달은 물결 위에 떠 있음이로다." 그리고는 대중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당신의 참나는 무엇인가(What is your true self)."
곧바로 미국 참석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스님에게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젊은 시절 화두를 타파하지 못했던 13년이 가장 괴로웠다"는 진솔한 답을 했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깨달은 이에게는 나고 죽는 것이 없다"고 즉답했다.
진제스님의 방문은 뉴욕 유니언신학대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번 법회에 미국 사회도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리버사이드교회 법회가 진제스님과 많은 이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축사를 보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도 축사를 보내 "뉴욕의 가장 큰 자산은 다양성인데 이번 행사 역시 문화와 종교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회에 참석한 로버트 버스웰 UCLA대 교수는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고(故) 숭산스님이 미국에 한국 불교 포교의 씨앗을 뿌렸다면 이번 법회로 한국 불교가 미국에 더 파고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매일경제)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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