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제 스님의 '간화선 수행법' 담은 영문 법어집
"What was your original face, before your parents gave birth to you?(부모에게 이 몸을 받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요?)" 간화선 법맥을 이어온 진제 스님은 늘 제자들에게 주던 화두를 세계인을 향해서도 똑같이 던졌다. 최근 출간한 간화선 영문 법어집에서다.
'오픈 더 마인드, 시 더 라이트(Open The Mind, See The Light)'라는 제목으로 나온 법어집은 스님이 평소 알려주던 간화선 수행 방법을 뽑아 엮었다. 스님 측은 정통 법맥을 이은 선사가 영문으로 된 간화선 법어집을 출간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스님은 법어집에서 화두를 참구하는 선, 즉 간화선이라는 한국 전통의 수행방식을 가르치고 있다. 스님은 "이를 묻고 또 묻는다면 질문의 바닥으로 들어가 의심이 나게 된다"며 "시간이 흘러 무르익어지면 이 의심을 타파할 수 있게 되고 이 의심을 깨트리게 되면 그곳에 마음의 근본이 있다"고 가르친다.
'참나'는 무엇인가. 깨달음을 얻은 스님은 "참나 속에 변치 않는 정의가, 영원한 행복이, 걸림 없는 대자유가, 평등한 참된 평화가 있다"고 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아직 모를 일일 뿐이다. 하물며 합리적 사고로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서양인들이야 오죽할까.
그런데 서양인들의 반향이 의외로 뜨겁다고 한다. 지난 9월 15일 진제 스님이 미국 뉴욕의 리버사이드 교회에서 가진 '세계평화법회'는 그 관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당시 참석자들이 반응이 상당히 뜨거워, 미리 준비한 간화선 수행법을 담은 책자 3천 권이 동났다고 한다. 이 법어집에는 당시 법문도 그대로 수록돼 있다.
마음을 다룬 수행법을 글로, 그것도 영어로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을 터.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현각 스님에게 번역을, 불교 석학 로버트 버스웰 교수에게 감수를 각각 맡겼다.
스님은 올해부터 간화선 세계화를 주창하고 있다. 이번 법어집 출간도 간화선 세계화 행보의 하나. 올해 초 신학자 폴 니터 교수와의 대담이 그 계기가 됐다. 당시 인류 각자가 내적 평화를 얻으면 세계 평화도 이뤄질 것으로 본 것. 앞으로 미국 영국 등 6개국 2천여 대학 도서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부산일보 김영한 기자 kim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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