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정신문화 진수 ‘간화선’ 세계화에 노력하겠다”
진제스님, 조계종 제13대 종정 수락 인사
“큰 지혜를 가진 이는 어리석어 보임이나,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진리의 전을 거두고 놓는 데 또한 걸림이 없음이로다.(‘大智如愚人莫測(대지여우인막측)’이요 ‘수래방거역비구(收來放去亦非拘)’로다)”
14일 오후 원로회의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제13대 종정에 만장일치로 추대된 대구 동화사 조실 진제(眞際·77)스님이 꺼낸 수락 인사말이다. 진제스님은 수좌들 사이에서 중국 당나라 때의 ‘남설봉 북조주’에 빗대어 인천 용화사 선원장 송담스님과 더불어 ‘남진제 북송담’이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한국불교 선맥을 이어온 대표적인 선지식이다.
간화선의 거두인 진제스님의 종정 추대로 조계종의 기본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화두를 근거로 수행하는 참선법)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진제스님은 수락 인사에서 “산승은 앞으로 우리 종단의 화합과 수행을 위해 이사양면(理事兩面)에 원로 스님들의 고견을 받들 것이며,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精髓)인 간화선을 널리 진작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리버사이드교회와 유니온신학대학에서 열린 간화선 평화대법회에서 “모든 종교는 인간 내면세계의 정화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협력하는 우애로운 형제가 되고, 선한 이웃이 돼야 한다”며 “동양 정신문화의 진수인 간화선은 모든 종교와 사상을 초월하여 참나를 깨달아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는 훌륭한 수행법”이라고 얘기했다.
진제스님은 수락 인사말을 통해 “모든 국민이 내 안의 대자유(大自由)와 밝은 지혜를 얻을 때, 남과 더불어 참다운 평화를 이루고 하나된 세상을 만들 수 있으니, 각자 자기의 직분에 성실한 가운데 ‘마음 닦는 수행(修行)’을 생활화하자”고 강조했다.
193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진제스님은 1953년 해인사에서 석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58년 해인사에서 혜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67년 ‘일면불 월면불(日面佛 月面佛)’ 화두를 타파해 향곡스님으로부터 법을 인가 받아, 근현대 한국선불교 중흥조인 경허스님, 혜월스님, 운봉스님, 향곡스님으로 전해 내려오는 법맥을 이었다.
법어집으로는 ‘돌사람 크게 웃네(石人大笑)’ ‘선 백문백답’ ‘석인(石人)은 물을 긷고 목녀(木女)는 꽃을 따네’ 영문 법어집 ‘Open the Mind, See the Light’ 등이 있다. 진제스님의 임기는 오는 2012년 3월26일부터 5년간이다. 종정은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문화일보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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