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선승 초빙 ‘국제 무차선 대법회’
21세기, 禪이 무얼 해 줄 수 있나?
정혜대선사(중국), 종현대선사(일본), 서옹대선사(한국), 진제대선사(한국)
한·중·일 3국의 대표적인 선승(禪僧)들을 모시고 법문과 토론을 통해 깨달음의 세계를 가늠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부산 해운정사는 오는 20일 한국의 서옹(西翁)·진제(眞際) 스님, 중국의 정혜(淨慧) 스님, 일본의 종현(宗玄) 스님을 초빙하여 ‘국제 무차선(無遮禪) 대법회’를 갖는다. 무차법회는 불교에서 수행이 높은 고승을 모시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리를 배우는 것으로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어떤 질문도 막지 않는’(無遮)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12년 방한암(方漢巖) 선사의 건봉사(乾鳳寺) 무차법회를 끝으로 전통이 단절됐다가 지난 1998년과 2000년 서옹 스님이 전남 백양사에서 두 번 거행한 바 있다.
이번 ‘국제 무차선 대법회’의 법사(法師)로 초빙된 네 명은 동북아의 대표적인 수행승들이다. 서옹 스님(90·백양사 방장)은 1932년 출가한 후 일본 교토 임제대를 졸업하고 동국대 선학원장, 동화사·백양사·봉암사 조실을 거쳐 1974~79년 조계종 제5대 종정을 역임했다. 진제 스님(71·동화사 조실)은 1954년 출가했으며 경허-혜월-운봉-향곡 선사로 이어지는 한국 근대 선불교의 대표적인 법맥을 계승하고 있다. 정혜 스님(69·조주백림선사 주지)은 1951년 출가했고 문화혁명 기간에는 노동을 하다 1979년 다시 승려 생활을 시작한 후 중국 불교 부흥을 선도해 왔으며 중국불교협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종현 스님(54·후쿠오카 숭복사 조실)은 대보리사 주지, 화원선숙(花園禪塾) 선원장을 역임했으며 일본 임제종의 최대 계파인 묘심사파(妙心寺派)의 법사자(法嗣者)로 인가받은 인물이다.
‘21세기 선(禪)으로 인간성 회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법회는 오전 10시 시작돼 서옹 스님이 먼저 법어(法語)를 한 후 진제·정혜·종현 스님이 차례로 법문을 20~30분 하고 청중의 질문에 답하는 법거량(法擧量)이 이어진다. 이날 해운정사에는 스님 1500명, 불교 신자 1만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전국 선원 수좌회와 비구니 선문회가 행사 준비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한국 선불교의 중진·중견 스님들이 대거 자리를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혜국(慧國) 스님(제주 남국선원장)은 “그 시대의 대표적인 선지식(善知識)이 주관하는 무차법회는 모든 수행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자리”라며 “승속(僧俗), 남녀노소를 막론하는 참여하는 이번 법회를 통해 21세기 인류에게 선불교가 무엇을 줄 수 있는가가 깊이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051)746-2256
[조선일보 이선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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