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진제스님
“잘 살고 못사는 것 마음쓰기에 달렸죠”
(대구=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행복하게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모두 마음쓰기(用心)에 달렸습니다.”
19일 하안거(夏安居) 결제일(結制日)을 계기로 만난 대구 팔공산 동화사 금당선원(金堂禪院) 조실 진제(眞際.74)스님은 "깨달음의 세계는 물과 같이 끊어지지 않고 일여(一如)하게 흘러간다"면서 "그 세계는 모든 사물의 형상과 소리에서 오는 감각을 잊고 무심(無心)한 상태에서 홀연히 참나(眞我)가 솟아오르면서 지혜가 열리는 경지를 일컫는다"고 말했다.
진제스님은 "부처와 예수가 모두 '참나'의 한가운데 있었다" 면서 "앉으나 서나 목욕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어디에 참나가 있는지 간절하게 구하면 모든 습기(習氣-습관으로 형성된 기운이나 습성)를 제거하고 화두일념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제스님이 조실로 있는 금당선원과 동화사 산내 암자인 양진암, 부도암, 내원암 등에는 이번 하안거에 모두 102명의 스님이 하안거에 들어 석 달 간 화두를 붙들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용맹정진하게 된다.
금당선원은 근세의 대선사인 경허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석우스님과 효봉스님, 그리고 향곡스님과 전강스님 등 한국 선종사에 남을 선사들이 머물며 후학을 지도해온 유서깊은 도량이다.
진제스님은 지금도 선객(禪客)들 사이에서 '남진제 북송담'으로 회자되며 선풍을 날리고 있다. 중국 당나라 때 '남설봉 북조주(南雪峰 北趙州)'에 빗대어 남쪽에는 진제스님, 북쪽에는 인천 용화선원에 있는 송담(松潭.79)스님의 도력(道力)이 높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진제스님은 자신을 경허(鏡虛), 혜월(慧月), 운봉(雲峰), 향곡(香谷)스님으로 이어져온 선불교 주류 선맥의 '법손(法孫)'이라고 분명하게 밝히면서도 "남진제니 북송담이니 하는 것은 형상이나 말에 떨어져서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고준한 견성법(見性法)을 쟁취하려면 눈 밝은 선지식을 만나서 바른 지도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진리의 세계는 광대무변한 것이어서 동쪽 하늘만 보고서 우주를 봤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번뇌망상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고 화두를 챙겨서 일념에 이르다 보면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잊어버리고, 앉아있어도 앉은 줄을 모르고 밤과 낮도 잊고서 시간가는 줄을 모르게 됩니다. 그러던 찰나에 홀연히 사물을 보거나 소리를 듣다가 화두가 박살이 납니다. 그 순간 불조(佛祖)의 백천공안(百千公案)을 한 꼬챙이에 꿰게 되는 것이죠."
진제스님은 "사구(死句)를 붙들고 있어봐야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기 일신(一身)도 구제하지 못 한다"면서 "활구(活句)는 언어를 뛰어넘는 것이어서 눈이 열린 자만이 볼 수 있다"고 화두 참선의 바른 길을 제시했다.
이어 "서양지식으로는 활구를 찾기 어렵다"면서 "선(禪)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면서 조금도 잃지 않고 항시 쓸 수 있는 마음의 고향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밝은 지혜인 참나에 이르면 나와 너가 따로 없고 시비와 허세, 사리사욕에서 벗어나므로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진리에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면서 "어리석은 자는 부모가 남겨준 유산이나 높은 자리도 지키지 못하는 법이므로 허상에서 벗어나 참나에 이르는 것만이 영원히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진제스님은 최근 미얀마와 중국에 닥친 자연재해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근본으로 돌아가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니 그들의 아픔은 곧 우리의 슬픔이고 그들의 안정은 곧 우리의 평온이므로 성심껏 온정의 손길을 보내어 아픔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또 쇠고기 문제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배움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을 거리로 뛰쳐나가게 만든 것은 온전히 어른들의 책임"이라면서 "국민과 의사소통이 부족함을 인정한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외교적으로 좋은 절충안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진제스님은 "대선 출마 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찾아온 적이 있다"면서 "그 때 큰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은 미운 사람이든 고운 사람이든 모두 끌어안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인덕(仁德)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누구든 일상에서 참나를 찾기 위해 정진하다 보면 편안한 삶이 저절로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진제스님은 1954년 해인사에서 출가해 훗날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석우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1967년 향곡스님으로부터 전법게(傳法偈)를 받았으며 1971년 부산 해운정사를 창건했다. 선학원 이사장을 거쳐 현재 금당선원 조실이자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있다.
ckch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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