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개월 안에 한국 종교계의 `최고 어른`이 줄줄이 바뀐다. 천주교에서는 추기경인 정진석 서울대교구장 후임이 결정되며,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에서는 12월 중순 종정(宗正)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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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 법전 스님·정진석 서울대교구장…종교계 어른이 바뀐다 조계종 종정 추대 원로회의 12월 하순에 대표적 `禪僧` 진제·고산 스님 후보 유력 정 추기경 후임 염수정 주교 등 6명 거론 기사입력 2011.10.18 17:08:57 | 최종수정 2011.10.18 17:09:52 앞으로 3개월 안에 한국 종교계의 `최고 어른`이 줄줄이 바뀐다. 천주교에서는 추기경인 정진석 서울대교구장 후임이 결정되며,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에서는 12월 중순 종정(宗正)이 바뀐다. 내년 1월 차기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인 한기총도 벌써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내 3대 종교인 천주교와 불교, 개신교에서 실질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고 어른이 한꺼번에 비슷한 시기에 바뀌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 정진석 서울대교구장 후임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12월 7일 만 80세가 된다. 만 80세가 지나서도 교회 직책을 맡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 로마 교회법은 401조에 "교구장 주교는 75세를 만료하면 교황에게 직무의 사퇴를 표명하도록 권고된다. 교황이 모든 상황을 검토해 처리할 것이다"며 교구장 정년을 만 75세로 명시했다.
정 추기경은 만 75세가 되던 2006년 교황에게 서울대교구장 사퇴 청원을 했다. 그러나 교황은 그해 3월에 추기경으로 임명한 정 추기경의 사임을 지금까지 수리하지 않고 있다.
천주교계에서는 12월 7일 전에 정 서울대교구장의 후임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자리는 한국 천주교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광주와 대구 역시 대교구지만 서울대교구는 한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자리일뿐더러 신도 수가 141만명으로 국내 천주교 신자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교구장 물망에 오른 인물은 대여섯 명으로 압축되지만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염수정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68)를 비롯해 우간다 주재 교황대사 장인남 대주교(62), 제주교구장이자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66),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64),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67),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60) 등이 거론되고 있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장인남 대주교를 포함한 23명 주교 가운데 올해 임명된 보좌주교를 뺀 15명이 모두 가능성 있는 인물"이라며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도 각각 마산교구장과 청주교구장에서 서울대교구장을 맡았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후임은 곧바로 추기경(종신직)으로 승격될 가능성이 높다. 정진석 추기경이 만 80세가 넘으면 교황이 되거나, 교황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조계종 종정 2파전
서울대교구장 후임이 여전히 안갯속이라면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 종정은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77)과 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77) 양파전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
조계종의 종정은 불교계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불법(佛法)의 상징으로 추앙받는다. 또 법어를 통해 불가는 물론 세속에도 가르침을 전한다.
종정은 5년 중임제며 현재 종정 법전 스님(85)의 임기는 내년 3월 25일에 끝난다. 조계종단은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후임을 추대하는데 그 추대회의가 12월 20일께 열릴 예정이다. 종정 추대위원회는 원로회의 의원 24명과 총무원장, 종회의장, 포교원장으로 구성된다.
현재 물망에 오른 종정 후보인 진제 스님은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선승(禪僧)이고, 고산 스님은 율법을 중시하는 율사(律師)다. 지금까지 조계종 종정으로는 성철 스님을 비롯해 효봉, 청담, 고암, 서옹, 서암, 월하, 혜암, 법전 스님 등이 역임했다.
진제 스님은 `남(南) 진제-북(北) 송담`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선불교를 대표하는 스님이다. 세속 나이 서른 초반에 깨달음을 얻어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이어져 온 법맥을 잇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서 깊은 리버사이드 교회에서 대법회를 열어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고산 스님은 2008년 스님들의 `면허`라 할 수 있는 계(戒)를 수여하는 전계(傳戒) 대화상(大和尙)에 추대됐다. 계단의 최고 어른으로 추앙받는 자리다.
◆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전 돌입
올해 초부터 금권선거 논란으로 잡음이 많았던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 한기총의 `얼굴`도 바뀐다. 대표회장 선거는 내년 1월 말 열리지만 벌써부터 물밑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임기는 1년으로 연임이 가능하지만 내년부터는 2년제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기총 대표회장직은 개신교를 대표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각 장관들을 면담하는 자리라 명예뿐만 아니라 교계에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현재 장종현 목사와 홍재철 목사, 이정익 목사 추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물밑전이 교계 싸움이 아니라 내년 대선과 맞물리면서 대권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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