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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뉴욕 대법회 진제대선사 법어 전문
등록일 2011.09.17 (조회 : 2836)
파일 [1]201109016_ibulgyo.jpg  

9월 15일 뉴욕 맨하튼 리버사이드교회에서 거행된 역사적인 간화선 세계평화 대법회의 진제대선사님의 법어 전문을 게재합니다. 푸른 눈의 외국인들과 교민들 1500여명이 운집한

 

간화선 세계평화 대법회 법어 全文

 

 

 

장소: 뉴욕 맨하튼 리버사이드처치

일시 : 2011년 9월 15일 저녁 7시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拄杖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마음, 마음, 마음이여! 가히 찾기가 어려움이로다.
찾으려한즉은 그대가 가히 보지 못함이로다.
무심(無心)히 앉아 있으니
마음도 무심히 앉아 있음이로다.

 

[주장자를 바로 들어 보이시면서,]

 

대중은 보고, 보십시오.

 

이곳 리버사이드 교회에 가득 자리하신 선남선녀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지금 여기에는 여러 종교인분들이 계시는 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어떤 종교가 더 낫고 낫지 않고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고, 산승은 세계평화를 위해 동양정신문화를 여러분께 소개해서 온 인류에게 공헌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제 세계는 종교와 사상을 넘어서 서로가 마음을 통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종교는 인간 내면세계의 정화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협력하는 우애로운 형제가 되고,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금일 산승이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하는 동양정신문화의 골수인 간화선은 모든 종교와 사상을 초월하여 참나를 깨달아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는 훌륭한 수행법입니다.

 

인인개개(人人箇箇)가 스스로 참나를 깨달아 마음의 고향에 이르면, 어머니의 품과 같이 온갖 시비갈등과 시기와 질투가 끊어 없어져서 대안락과 대자유, 그리고 무량한 대지혜를 수용하게 됩니다.

 

참나를 깨닫는다고 하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산승의 법문을 듣고 있는 주인공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 주인공은 모든 곳에서 주인공이 되어, 무애자재(無碍自在)하게 수용합니다. 그래서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고 모든 가치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모든 종교와 정치제도, 문화적 제약에서 벗어난 절대자유인이 되는 것이니, 인류의 희망이 참나를 깨닫는 데 있고, 미래가 여기에서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참나를 깨달아 마음의 고향에 이르러 다 같이 영원토록 대평화를 누릴 수 있는가?

 

우선, 먼저 참나를 깨달은 눈밝은 ‘참스승’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광대무변하고 심오한 마음의 고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으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눈밝은 스승을 만나 대오견성의 발원을 확고히 하여 모든 분들이 각자 일상생활속에,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 던고?’ 하고 오매불망 간절히 의심해야 합니다. 이것을 일러 "참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참선으로 일념(一念)이 지속되는 과정을 이루어야 마음의 고향에 이르게 되어 일월(日月)과 같은 밝은 지혜가 열리는 동시에 큰 자비와 사랑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온 인류가 나와 더불어 한몸이 되고, 온 세계, 유정무정(有情無情)이 다 나와 더불어 한집이 되어 대평화를 성취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옛 성인들이 말씀하시기를, “사람들이 빈한하게 사는 것은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하셨으니, 모든 인류가 나고 날 적마다 출세와 복락을 누리고자 한다면 이처럼 마음의 고향에 이르러 밝은 지혜의 눈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참나를 깨닫기 위해서는 어떻게 닦아야 하는가?

 

우선, 참선은 앉아서 익히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에 먼저 좌선을 익히도록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좌복 위에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허리를 곧게 하고 가슴을 편 다음 두 손은 모아서 배꼽 밑에다 붙입니다. 눈은 2미터 아래에다 화두 생각을 두고 응시하되, 혼침과 망상에 떨어지지 않도록 눈을 뜨고 의심에 몰두해야 합니다.

 

이렇게 앉아서 무르익어지고 나면, 일상생활속에 가나오나 앉으나서나, 일을 하나, 산책을 하나, 잠을 자나 오매불망 간절히 화두의심에 몰두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루에도 천번 만번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던고?’ 하고 오매불망 의심을 쭉 밀고 또 밀고 또 밀 것 같으면 모든 산란심이 일어날 틈이 없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촌에 방아찧는 기계는 시동이 안 걸리면 방아를 못 찧는데, 한번 시동이 걸리면 종일 방아를 찧을 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에도 천번 만번 의심을 밀어 주라고 하는 이유는, 그렇게 천번 만번 의심하여 단련이 되면 문득 참의심이 시동걸리게 되어 화두의심 한 생각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과정이 오기 때문입니다. 마치 흐르는 시냇물과 같이 밤낮으로 한 생각이 흐르고 흐르게 되는데, 앉아 있어도 밤이 지나가는가 낮이 지나가는가 모르게 되고,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화두일념에 푹 빠져서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가 홀연히 사물을 보는 찰나에 소리를 듣는 찰나에 화두가 박살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밝은 지혜의 눈이 열리어 억만년이 다하도록 항상 밝아 있게 되므로, 만인의 진리의 지도자, 하늘세계와 인간세계의 사표(師表)가 되어 자유자재하게 활개를 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마음의 고향에 이르면 멋진 자유와 행복과 세계평화를 영원토록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

참나 속에 변치않는 정의가 있으며, 참나 속에 영원한 행복이 있으며, 참나 속에 걸림없는 대자유가 있으며, 참나 속에 밝은 지혜가 있으며, 참나 속에 모두가 평등한 참된 평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와 행복과 대자유와 지혜와 평등은, 아무리 학식이 풍부하고, 아무리 부유하고, 아무리 지위와 명성이 높고 성스럽게 산다 할지라도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참나를 깨달은 자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비록 이번 생에 화두일념삼매가 지속되는 과정을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온 인류가 생활속에 꾸준히 참선수행을 닦아 행한다면 마음에 모든 분별과 시비, 갈등이 사라지게 되어 자연히 마음이 안정될 것입니다. 그러면 죽음에 다다라서도 밝은 마음 맑은 정신으로 이 몸뚱이를 옷을 갈아입듯 벗게 되고 다음 생에는 반드시 진리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참선수행을 등한시한다면, 온갖 분별과 시비, 갈등에 하루뿐만이 아니라 일생을 헛되게 보내게 될 것이니, 결과는 고통뿐이고 갈등뿐이라서 죽음에 다다라 후회한들 이미 늦은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분들이 간화선(看話禪)이라는 훌륭한 수행법을 꾸준히 닦으셔서, 아이가 울면 자장가를 하는 가운데 화두를 챙기시고, 남편이 꾸짖을 적에도 화두를 챙기시고, 마누라가 시비를 걸 때는 처사가 화두를 들고, 이러한 생활을 하면 화목한 집안이 되고 좋은 가정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화목한 사회와 나라를 이루며, 마침내 세계평화에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께 간화선 수행법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드리고자, 산승이 참선수행에 입문하고 수행하여 깨달은 기연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산승이 20세가 되던 정월초에 친척 어른과 함께 해관암을 찾아가 석우(石友) 선사를 친견하게 되었는데, 선사께서 산승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

 

“이보게 청년, 세상에 사는 것도 좋지만, 이번 생은 태어나지 않은 셈치고 중놀이를 해보지 않겠는가?”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중놀이를 하면 어떠한 좋은 점들이 있습니까?” 하고 여쭈니,

 

“범부가 위대한 부처되는 법이 있네.” 하셨습니다.

 

‘범부 중생이 위대한 부처가 된다’ 는 이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쏠렸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계시니, 가서 허락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는 스님들 생활을 두루 살펴보니까, 세상사람과 같이 밥을 먹고 살지만 판이하게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들이 손수 빨래하고, 밥짓고, 나무하고, 그 가운데 참선수행을 하고 있는데 세상밖의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생의 인연인지 산승의 눈에는 수도하는 청정한 삶이 아주 아름답게 비춰졌고, ‘범부가 위대한 부처가 된다’는 선사님의 말씀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그길로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허락을 얻은 후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승려가 되어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던고?” 화두를 받아 열심히 정진하던 중 견처(見處)가 생겨, 당시에 선지식으로 가장 이름이 높았던 묘관음사의 향곡(香谷) 선사를 찾아갔습니다. 찾아가니, 향곡 선사께서 대뜸 물으시기를,

 

“바른 답을 해도 삼십 방(三十棒)을 맞고, 바른 답을 못해도 삼십 방을 맞을 것이니, 어떻게 하겠느냐?” 하셨습니다. 산승이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하였는데 다시 몇 가지를 물어도 답을 못하니, 향곡 선사께서 “아니다. 공부를 다시 해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2년여 동안 제방(諸方)을 다니면서 수행하다가, 다시금 큰 분심을 내어 향곡 선사를 찾아갔습니다.

 

“화두를 하나 내려주십시오. 화두를 타파하기 전에는 바랑을 지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팔풍(八風: 이익, 손해, 비방, 찬탄, 꾸지람, 칭찬, 괴로움, 즐거움)이 불어닥친다해도 거기에 동요가 안 된다는 말이니,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약조가 아닙니다. 그러니 향곡선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어려운 진리의 관문을 네가 어찌 해결할 수 있겠느냐?”

 

“생명을 떼놓고 한번 해보겠습니다. 화두를 하나 내려주십시오.”

 

이렇게 간청을 드리니, 산승의 참학의지(參學意旨)를 간파하시고 ‘향엄상수화(香嚴上樹話)’라는 화두를 내려주셨습니다. ‘향엄상수화’는 중국 당나라 때 위산 도인의 제자인 향엄 선사의 법문입니다.

 

어떤 스님이 아주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거나 발로 밟지도 않고 오직 입으로만 물고 매달려 있는데, 때마침 나무 밑을 지나가던 스님이 물었습니다.

“달마 스님이 서역에서 중국으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답을 하려니 수십길 낭떠러지에 떨어져 몸이 박살이 날 것이고, 가만히 있으려니 묻는 이의 뜻에 어긋나고, 이러한 때를 당해서 어찌해야 되겠는가?

 

이 화두를 받아서 2년 5개월 동안 결제, 해제를 잊고 산문을 나가지 않고 일구월심 화두와 씨름을 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부처님 전에 예불을 하러가는데, 도량이 어두워서 돌부리에 받혀 넘어졌다 일어나는 순간 홀연히 화두가 타파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깨달은 경지를 글로 써서 향곡 선사께 올렸습니다.

 

이 주장자 이 진리를 몇 사람이나 알꼬(這箇拄杖幾人會)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성인들도 다 알지 못함이로다.(三世諸聖總不識)

한 막대기 주장자가 문득 금빛 용이 되어서(一條拄杖化金龍)

한량없는 용의 조화를 마음대로 부립니다.(應化無邊任自在)

 

한 몽둥이를 휘둘러 비로정상을 쳐서 무너뜨리고(一棒打倒毘盧頂)

벽력같은 고함을 질러 천만 성인이 설한 설교를 다 문대버림이로다.(一喝抹却千萬則)

두 칸 띠암자에 다리를 펴고 누웠으니(二間茅庵伸脚臥)

바다 위 맑은 바람 만년토록 새롭구나.(海上淸風萬古新)

 

이렇게 적어서 향곡 선사께 갖다 바치니 용의 조화를 들어서 즉시 물으셨습니다. 용의 조화는 산을 떠오기도 하고 산을 없애기도 하고 비를 내리기도 하고 비를 거두기도 하는 것입니다.

 

“너 문득 용 잡아먹는 금시조를 만나서는 어떻게 하려는고?”

 

이렇게 벽력같이 물으시니, 산승이 즉시

 

“전신을 굽히고 움츠려가지고 당황하여 몸을 세 걸음 물러갑니다.(屈節當胸退身三步)” 하니,

 

향곡 선사께서 “옳고, 옳다. 모든 성인의 진리의 가풍(家風)이 이 게송 중에 다 있구나. 장차 너로 인해 참선법이 크게 흥하리라” 하시며, 만 사람을 지도할 안목을 갖췄다는 법을 전하는인증서를 내리셨습니다.

 

부처님과 도인의 산 진리는(佛祖大活句)

전할 수도 없고 또한 받을 수도 없나니(無傳亦無受)

이제 그대에게 산 진리를 전하노니(今付活句時)

만인 앞에 진리의 전(廛: 가게)을 펴거나 거두거나 그대에게 맡기노라.(收放任自在)

 

이때가 산승의 나이 33세였습니다. 이렇게 참선공부를 해서 진리를 깨달아 먼저 깨달은 스승에게 인증을 받는 가풍이, 석가여래로부터 2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전해내려오는 전통입니다.

 

여러분들도,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던고?’ 이 화두를 타파하여 점검을 받아 바른 눈을 갖춘다면 만 사람의 눈을 멀게 하지 하고 진리의 바른 지도자가 될 수 있으니, 잘 명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약 100여 년 전 한국에 만공(滿空) 선사라는 도인스님이 계셨는데, 수십 명 대중에게 항시 바른 수행을 지도하고 계셨습니다. 하루는 몇몇 수좌들과 마루에 앉아 한담(閑談)을 하고 있는 중에 처마 끝에 새가 푸울 날아가니 만공 선사께서 물으셨습니다.

 

“저 새가 하루에 몇 리나 날아가는고?”

 

여러분 가운데 답할 자가 있으면 한번 답을 해보십시오.

 

(잠시 후,)

 

이 물음에 다른 수좌들은 답이 없는데 보월(寶月) 선사가 일어나

 

“촌보(寸步)도 처마를 여의지 아니했습니다.” 라고 아주 명답을 했습니다.

 

훗날 만공 스님이 열반에 드시니 산중회의를 해서 고봉(高峯) 선사를 진리의 지도자인 조실로 모시기로 하였습니다. 결제일이 도래하여 대중이 고봉 선사께 법문을 청하니 고봉 선사가 법문을 하기 위해 일어나서 법상에 오르려 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금오(金烏) 선사가 뒤를 따라가서 고봉 선사의 장삼자락을 잡으면서 말했습니다.

 

“선사님, 법상에 오르기 전에 한 말씀 이르고 오르십시오.”

 

“장삼자락 놔라!”

 

고봉 선사가 이렇게 말하니, 금오 선사가 재차 “한 말씀 이르고 오르십시오.” 하니, 또 “장삼자락 놔라!” 했습니다. “한 말씀 이르고 오르십시오.” “장삼자락 놔라!”

 

진리의 바른 눈을 갖추지 못하면 조실자리에 오를 수도 없고 조실 될 자격이 없는 법입니다. 장삼자락을 잡고 ‘한 마디 이르고 오르십시오’ 하면 척 한 마디 하면 될 것을 왜 우물쭈물하느냐? 이것은 만 사람을 지도할 수 있는 밝은 지혜의 눈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니, 대중에게 참선을 지도할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그 후로 40년 세월이 흘러 하루는 산승의 스승이신 향곡(香谷) 선사께서 산승에게 이 대문을 들어서 물으셨습니다.

 

“네가 만약 당시에 고봉 선사였다면, 금오 선사가 장삼자락을 붙잡고 한 마디 이르고 오르라 할 때에 뭐라고 한 마디 하려는고?”

 

향곡 선사의 물음이 떨어지자마자 산승은 벽력같이 ‘할(喝)’했습니다.

 

“억!” 하고 할을 하니 향곡 선사께서 하시는 말씀이

 

“네가 만약 그렇게 할을 한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을 다 멀게 하여가리라.”

 

하셨습니다. 할이 틀렸다는 말입니다. 향곡 선사의 이같은 말씀에 산승이

 

“소승(小僧)의 허물입니다.” 하고 바로 허물을 거두니 향곡 선사께서도

 

“노승(老僧)의허물이니라.” 하고 멋지게 회향하셨습니다.

 

자고로 법담(法談)이라는 것은 이렇게 나가야 됩니다.

장삼자락을 붙잡고 ‘이르라’ 할 때에는 한 마디 척 해야 되는데, 산승이 즉시 ‘할’을 한 것은 묻는 상대의 안목(眼目)을 한번 흔들어 놓는 것입니다. 즉 묻는 사람이 알고 묻느냐 알지 못하고 묻느냐, 상대의 안목을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자 향곡 선사께서는 바로 낙처(落處)를 아시고는 ‘네가 만약 그렇게 후학을 지도한다면 앞으로 만 사람의 눈을 멀게 하여간다’고 바르게 점검하신 것입니다.

 

눈밝은 이는 이렇게 흑백을 척척 가릴 수 있어야 선지식이 되고 만 사람의 바른 지도자가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눈이 없다면 산(山)이 가리고 있어서 선지식 노릇을 할 수 없는 법입니다.

 

향곡 선사의 말씀에 산승이 ‘소승의 허물입니다.’ 하고 바로 잘못을 거두니, 향곡 선사께서도 ‘노승의 허물이니라.’ 하고 바로 거두셨으니, 이 얼마나 멋지게 주고받은 진리의 문답입니까!

 

여러분 이 대문을 바로 보십시오.

 

 

한때 전국의 발심한 스님네 3~40명이 한국의 양주 망월사에서 모여, 대오견성(大悟見性)을 위해 산문출입을 금한 뒤 생사(生死)를 떼어놓고 용맹정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용성(龍城) 선사를 조실로, 조계종 초대(初代) 종정이신 석우(石友) 선사를 선덕으로, 운봉(雲峰) 선사를 입승으로 모시고 여법히 참선정진에 임한 지 반살림이 도래하게 되었는데, 반살림 법회날 조실스님께서 법상에 오르셔서 법문하시기를,

 

“나의 참모습은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성인들도 보지 못함이요, 역대의 도인들도 보지 못하나니, 여기 모인 모든 대중은 어느 곳에서 산승의 참모습을 보려는고?”

 

하고 멋진 물음을 던지셨습니다. 그러니, 운봉 선사가 일어나서

 

“유리독 속에 몸을 감췄습니다.” 하고 명답을 하였습니다.

 

그러니 용성 조실스님께서는 아무런 점검도 하시지 않고 즉시 법상에서 내려와 조실방으로 돌아가버리셨습니다.

 

그러한 법석이 있고 40년 세월이 흐른 후에 향곡 선사께서 산승에게 물으셨습니다.

 

“네가 만약 그 당시에 용성 선사였다면, ‘유리독 속에 몸을 감췄다’고 하신 답에 대해 뭐라고 점검하고 내려가겠느냐?”

 

이것은 향곡 선사께서 바로 보는 눈이 있어서 이렇게 물으신 것입니다. 용성 선사께서 아무 말 없이 내려간 그것도 물론 잘한 것이지만, 향곡 선사께서는 달리 보시는 바가 있어 산승에게 물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산승이

 

“‘눈밝은 도인이 아주 멋진 답을하였습니다.’ 이렇게 점검을 하고 내려가겠습니다.” 하니, 향곡 선사께서 크게 칭찬하셨습니다.

 

그러면 여기에 모인 모든 대중 여러분, “나의 참모습은 과거 모든 성인도 보지 못하고 모든 도인도 보지 못하나니 어느 곳에서 나의 참모습을 보려는고?” 하고 물어올 때, 여러분이라면 무엇이라고 답을 하시겠습니까? 여러분, 답할 자가 있으면 한번 답을 해보십시오.

 

[양구(良久)하시다가 대중이 말이 없음에 이르시기를,]

 

답하는 이가 없으니 산승이 대신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시자야! 빗장을 잠가라.”

 

아시겠습니까?

 

9.11 사태 때 돌아가신 영혼들께 이르겠습니다.

9.11 사태로 인한 희생자 모든 영령이시여, 이 몸뚱이는 본래로 허망하고 오온(五蘊)도 있는 것이 아님이니, 모든 애착과 미움과 원한을 놓고 고준한 법문을 잘 받아가지셔서 극락정토에서 영원토록 복락을 누리소서.

 

필경(畢竟)에 진리의 한마디는 어떠한 것인고?

 

무운생령상(無雲生嶺上)하니
유월낙파심(唯月落波心)이라.

 

산봉우리에 구름이 걷히니 산마루가 드러나고
밝은 달은 물결 위에 떠 있음이로다.

 

왓 이스 유어 츠루 셀프? (무엇이참나인고?)

 

(잠시 멈춘 후)

 

큐 베리 마취. (대단히 감사합니다.)

 

 

[주장자(拄杖子)로 법상(法床)을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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