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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등록일 2011.07.22 (조회 : 3074)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이탈리아 로마의 아름다운 보르게세 공원 갤러리 2층에는 후기 르네상스의 천재화가 카라바조(1571~1610) 최후의 작품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이 있다. 이 비극적인 모습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나, 평론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이 그림이 '화가의 이중 자화상'이라는 데 일치하고 있다.

 

길지 않은 39년의 생애 마지막, 화가는 참수 당한 골리앗에 현재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고 다윗의 모습에는 젊었을 때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얼마나 자신이 미웠으면 젊을 적 자기의 손으로 나이 든 현재 자기 모습을 참수하고 싶은 심정이었을까. 그것은 한 많은 인생을 되돌리고픈 참담함이었을 것이다.

 

이제 막 재능과 명성과 부를 누리기 시작하던 카라바조는 테니스를 치다가 사소한 시비 끝에 상대를 죽이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는 참수형을 언도 받았지만, 극적으로 탈출하여 국외로 피신하게 된다. 하지만 피살자의 귀족 가문에선 자객을 보내어 그를 뒤쫓았다. 도망자의 삶이란 얼마나 처참한 것인가! 타고난 천재였지만, '욱' 하는 성격 하나를 다스리지 못한 업보는 쓰디쓴 것이었다.

 

카라바조의 최후의 작품은 그가 얼마나 간절히 인생을 리셋(Reset)하고 싶었던가를 보여준다. 저 골리앗의 표정을 보라! 후회와 회한이 이보다 더 절절할 수가 있을까? 다윗의 연민 어린 눈길은 또 어떤가! 그는 이 그림을 그린 후, 말라리아 열병에 걸려 쓸쓸히 숨을 거둔다. 짧든 길든 인생의 황혼녘에, 이런 끔찍한 이중 자화상의 심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잔혹한 운명, 수행을 통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밀라레파

 

 

인간은 과연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끈질긴 업력(業力)으로부터 해탈은 가능한가? 이 물음은 희말라야의 성자 밀라레파(1040~1123)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효스님처럼, 티베트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님이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9살에 부친이 돌아가자, 막대한 재산을 당숙이 관리하게 된다. 하지만 당숙은 그 재산을 가로챘고, 밀라레파 남매와 어머니는 하인으로 전락했다.

 

마침내 밀라레파가 성장하자, 어머니는 그에게 복수를 주문했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흑마술을 배워왔다. 당숙의 집에서 결혼식이 열리자, 그는 집안의 말을 놀라게해 기둥을 무너뜨리고, 결국 친척과 하객 35명을 몰살시킨다. 그는 도망 길에서 문득 깨닫고 전율했다. 비록 어머니의 한은 풀어드렸지만 자신은 반드시 무간지옥으로 떨어지리라는 숙명을!

 

출구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이번 생에 도를 이루어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즉신성취' 만이 유일한 살 길이었다. 그는 스승을 찾아 나섰다. 테베트 불교 카규파의 창시자인 마르파는 평소 자비의 화신이라 불리는 고승이었다. 하지만 스승은 밀라레파의 죄업이 무거운 것을 보고, 유독 그에게만 악마처럼 잔인하게 대했다. 그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고의 고통 속에서, 무의미하게 혼자서 돌집을 지었다 부수는 일을 반복한다. 돌을 져 나르다가 등창이 터지고 또 터져, 등은 판자보다 더 딱딱해졌다. 너무 힘들어 야반도주도 하고, 자살도 시도했다. 이 과정 속에서 그는 '끝내 스승을 져버리지 않는 마음'이야말로 도의 기본임을 터득한다.

 

마침내 마르파는 수행법을 가르쳐주고 히말라야 동굴로 가서 수행하도록 지시했다. 살인자로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던 그는 오직 도를 성취하기 위해 전념한다. 식량이 떨어졌지만, 공부가 되기 전에는 마을로 내려가지 않겠다는 서원을 지키기 위해 풀을 뜯어먹으며 버텼다. 마침내 피부와 털까지 청록색으로 변할 정도였다.

 

훗날 도를 성취한 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윤회계와 지옥에서 견뎌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면, 나의 믿음과 열의도 별 것 아니다. 너무나 자명한 인과율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인간으로 태어난 고귀한 기회를 살려, 수행에 매진할 수 있다. 나는 인과율의 이치를 굳게 믿으면서, 그 진리에 나를 적응시킨 것뿐이다."

 

 

"밀라레파의 생애와 성취를 통해 인간세계에 새로운 정신과 힘이 고취되었음을 실감한다. 그분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일곱 생애동안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카라바조는 인간의 비참한 운명을 그림을 통해 증언했다. 그의 존재는 그동안 서구에서 거의 잊혔다가, 20세기에 들어와 비로소 각광 받기 시작했다. 인간 무의식에 대한 탐구가 진행되면서, '존재의 심연'을 드러낸 화가로 재조명된 것이다. 평론가들의 글이 쏟아지고, 다수의 전기 영화와 소설이 제작되었다.

 

의식으로는 무의식을 컨트롤 할 수 없다. 그래서 여간해서는 운명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무의식의 바닥은 어둡다. 의식의 쓰레기와 트라우마(상처)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 짙은 무명을 광명으로 바꾸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카라바조는 인간 무의식의 어둠을 그림으로 드러냈지만, 밀라레파는 그것을 빛으로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여주었다. 수행만이 무의식을 정화시킬 수 있다.

 

그의 제자들은 말한다. "밀라레파의 생애와 성취를 통해 인간세계에 새로운 정신과 힘이 고취되었음을 실감한다. 그분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일곱 생애동안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밀라레파는 자신의 삶을 <10만송>이라는 불멸의 게송으로 남겼다. 35명이나 죽인 살인자가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노래 중의 하나로 꼽히는 작품을 남긴 것이다. 그는 자신은 물론 많은 제자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했다. 그는 아무리 잔혹한 운명이라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해 보여주었다.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수행'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초발심만큼 소중한 인연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출처 : "Zen and Culture" Spring VOL.001

- 한국간화선연구소 김홍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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