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Zen med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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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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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善知識)이란, 대도(大道)의 진리를 깨달아 중생들을 진리의 문에 들게끔 인도하는 스승을 말합니다.
부처님의 대도의 진리를 알고자 하는 이는 첫째, 눈 밝은 선지식을 만나야 됩니다.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면 대도의 진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공부를 한다고 해도 항시 거꾸로 가게 됩니다. 진리의 고향은 경기도 복판 서울인데, 항시 저 제주도나 포항으로 달립니다. 그렇게 엉뚱한 곳으로 가다 보면 한 생이 가고 두 생이 가고 몇 생이 가버립니다.

가령 비유하건대, 선지식 없이 공부하는 것은 눈 먼 봉사가 시골 벽촌에서 서울을 찾아가는 격입니다. 반면에 선지식을 의지하면 눈뜬 사람이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찾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눈 밝은 선지식을 만남으로 인해 여러 수십 생 닦을 것을 한 생에 다해 마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됩니다.

그래서 옛 도인들도 “수승한 복의 인연이 있어야 눈 밝은 선지식을 만난다” 했습니다. 눈 밝은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는 그러한 인연은 박복(薄福)해서 고인(古人)들도 탄식을 많이 했습니다.

(주의) 허공보다 너른 진리의 세계를 혼자서 걸어간다는 것은 마치 허공을 손으로 잡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항시 선지식을 의지해서 바른 법문을 듣고 바른 수행법을 배워 행해야만 허송세월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고 혼자서 책을 보고 참선을 한다든가, 토굴에서 공부한다든가, 인증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 의지해서 공부하는 것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격입니다. 그래서 공부인은 항시 선지식을 의지해서 수행하려는 정견(正見)을 확립해야 합니다.
러면 선지식이란 분은 얼마만큼 소중한 분이냐?
부모형제의 소중함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나의 일생사 살림살이를 점검해서 흑백을 가려주는 분이며, 나고 죽는 고통에서 영구히 벗어나게끔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분이 선지식이요, 스승ㆍ제자 간입니다.

황벽 선사와 대우 선사로부터 법방망이를 맞고 깨달음을 얻은 임제 선사도 스승의 은혜를 말하기를,
“대우 선사의 주장자 한 방망이로 나는 부처님의 경계에 들었다. 이 깊은 은혜는 스승을 머리에 이고 백겁 동안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도록 수미산을 돈다 해도 보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라고 했던 것입니다.

선지식이란 자칭(自稱)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눈 밝은 스승에게 인가받은 분이라야 합니다. 스승의 눈이 밝지 못한데 그러한 스승에게 인가받았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따라서 법맥(法脈)이 분명히 전해내려오는 선대(先代)의 선지식이 인가한 분을 스승으로 의지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진리의 고향 서울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데 가서 ‘알았다’ 하고 ‘진리의 고향에 다 왔다’ 하고 회상을 열어서 만 사람을 그릇 지도하는 이들이 더러 있습니다.

근래 우리나라에 어느 수좌가 당시 선지식으로 소문이 나 있던 분을 찾아가니, 그 분이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시심마(是甚麽)냐?” 수좌가 “외짝 양말입니다.” 하자 “옳고, 옳다.” 하고 잘못 점검하는 바람에 그 수좌가 10년 간을 허송세월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선지식의 책임은 막중한 것입니다. 따라서 법의 점검은 선지식이 아니면 할 수가 없고, 또한 법을 모르면서 이러쿵 저러쿵 입을 열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 불법을 그릇 전하다가는 살인 이상의 과보를 받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처님께서도 “스승 없이 깨달은 자는 다 천마외도(天魔外道)”라고 법칙을 세워 놓으셨습니다. 허공보다 너른 진리의 세계를 혼자서 ‘알았다’ 하는 것은 다 망녕이다 그 말입니다.

선지식께 화두를 받아 공부를 지어가다가 ‘알았다’는 소견(所見)이 나면, 즉시 선지식을 찾아와서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점검을 받지 않고 자기의 삿된 소견에 집을 지으면 천생 만생 외도(外道)의 소굴에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이 공부는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면 항시 중도(中途)에 머물다 가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깜깜한 밤중에 저 대구쯤 이르러 전기불이 번쩍번쩍하니까 ‘여기가 진리의 고향이구나!’ 해서 거기서 안주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깜깜한 밤중에 진리의 고향 서울을 찾아가다 보면 대전쯤 이르러 가지고 보니까 큰 광야에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데, ‘아, 여기가 진리의 고향이구나!’ 해서 거기서 안주하는 수가 허다합니다.

(주의) 선지식께 점검을 받는 데 있어서, 선지식께서 “아니다” 라고 하면 즉시 자기의 생각을 놓고 선지식의 말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기의 생각을 고집하면 그러한 사람은 천불 만조사(千佛萬祖師)가 나와도 구제할 수 없게 됩니다. 오직 선지식 앞에서만 자기의 분별심을 내려놓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