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불교계, 내일부터 석 달간 하안거 돌입
9일(음력 4월 보름)은 불교계의 선승(禪僧)들이 석 달간 선원 문밖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매진하는 하안거(夏安居)가 시작하는 결제(結制)날이다. 안거란 부처님 당시 인도의 우기(雨期)에 수행자들이 외출을 금하고 일정한 장소에 모여서 단체로 수행했던 전통에서 비롯된 수행방식이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오면서 여름(음력 4월 보름~7월 보름)과 겨울(음력 10월 보름~정월 대보름) 각 3개월씩 선원에서 안거수행을 하는 전통 수행법으로 굳어졌다. 조계종의 경우 매 안거 때면 전국 100여 개 선원에서 2200여명의 스님들이 참여한다. 안거를 앞두고 선승(禪僧)들은 자신이 수행하고 싶은 선원에 미리 신청서인 방부(房付)를 들여 입방이 허락되면 하루 전인 8일 저녁에 선원에 모인다. 이 자리에서 각자 안거 기간에 맡을 일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한 후 9일 오전 사찰별로 방장 스님 등 큰스님으로부터 결제 법어를 듣고 석달간의 참선정진을 시작한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올해 하안거를 맞아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라는 법어(法語)를 발표했다. 법전 스님은 당나라 때 조주 스님에 얽힌 '조주탐수(趙州探水)'라는 화두를 인용했다. 조주 스님이 방 안에서 "물 깊이를 잰다"며 여기저기 주장자(지팡이)를 짚으며 왔다갔다 하자 수유 화상이 "여기엔 한 방울의 물도 없거늘 무엇을 더듬는다는 말입니까?"라고 하는데 조주 스님은 주장자를 벽에 기대놓고서 말없이 방에서 나가버린 일화이다. 법전 스님은 "이 법문의 깊은 뜻이 어디에 있는지 이번 하안거 한철 동안 잘 참구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도 "무슨 일로 칼날 위에서 춤을 추는가(何事刀刃舞蹈人) 긴 소매는 건곤에 가득하고 일월을 가리었다(長袖乾坤遮日月) 생황 소리에 모인 대중이여(吹螺笙簧群集來) 안목이 있는 자는 본분사를 보리라(有眼有目見本分)"는 법어를 발표했다.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2009년 5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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