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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거침 없는 선승
언론사 중앙일보 (보도일 : 2011.12.15 / 조회 : 4626)
파일 20111215_joins_th.jpg  

 

 

 

조계종 13대 종정에 진제 스님 만장일치 추대

 

 

대구 동화사와 부산 해운정사 조실(祖室)인 진제(眞際·77·사진) 스님이 14일 불교 조계종 제13대 종정(宗正)에 추대됐다. <관계기사 29면>

 

조계종은 이날 원로회의 의원 20명과 총무원장·중앙종회 의장·호계원장 등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정 추대회의를 열어 진제 스님을 만장일치로 새 종정에 추대했다.

 

193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진제 스님은 53년 석우(石友) 선사를 은사로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67년 당대의 선승이었던 향곡(香谷) 스님으로부터 깨달음을 인가(印可) 받아 영남 지역의 법맥(法脈)을 잇는 대표적인 선승으로 꼽힌다. 임기 시작일은 내년 3월 26일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거침 없는 선승

 

 

조계종 13대 종정 추대 진제 스님

 

대구 동화사 조실인 진제 스님이 조계종 13대 종정으로 14일 추대됐다. 진제 스님이 종정추대회의가 끝난 후 이를 부처님께 고하는 고불식(告佛式)을 하기 위해 조계사 대웅전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 조계종 13대 종정(宗正)으로 14일 추대된 진제(眞際) 스님은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선승(禪僧)으로 꼽힌다. 이번에 함께 종정 물망에 올랐던 송담(松潭) 스님과 진제 스님을 묶어, 중국 당나라 때 두 고승인 ‘남(南)설봉, 북(北) 조주’에 빗대 ‘남 진제, 북 송담’이라고 부르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스님을 여러 차례 친견(親見)해 진면목을 잘 아는 이들은 스님이 “언제 어디서나 법문(法門·설법)을 호호탕탕하게 잘 하시는 분”이라고 증언한다. ‘살불살조(殺佛殺祖·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큰 스님을 만나면 큰 스님을 죽여라)’, 즉 공부에 자신 있다면 수행 기간이 짧은 젊은 수행자라도 큰 스님에게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님은 자칫 살벌한 법거량(法擧揚·공부의 깊이를 재보는 일) 전통이 살아 있는 선불교에서 어느 누구와도 자신 있게, 또 거침 없이 맞상대를 해왔다. 어떤 도전에도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수행력을 갖춘 분이라는 얘기다.

 

특히 스님은 수행자나 일반 신자, 타 종교 지도자와의 법거량 때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대답하는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대응으로도 이름 높다. 공부의 깊이가 깊고 사유의 폭이 넓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19세 때인 1953년 해인사서 출가

깊은 공부로 설법도 호호탕탕

 

경허-운봉 등 영남 법맥 이어

해외포교, 불교 대중화 앞장

 

스님의 이런 면모는 젊은 시절 남다르게 치열했던 정진 때문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93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스님은 열아홉 살 때인 53년 석우(石友) 선사를 은사로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석우 선사를 존경하는 오촌 당숙을 따라 뵈러 갔다가 선사로부터 “이 세상에 사는 것도 좋지만 금생(今生)에 사바세계에 안 나온 것으로 하고 중 놀이를 해보지 않겠는가”라고 권유를 받은 게 계기가 됐다. 곧바로 부모의 허락을 받고 출가했다.

 

스님의 공부가 깊어지기 시작한 건 67년 당대 선지식(善知識·깨달음을 얻은 고승)으로 이름 높던 향곡(香谷) 스님을 만나면서부터다. 석 달 동안 섭취한 과일이라곤 사과 한 개 반뿐이었을 정도로 궁핍한 가운데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러면서 향곡 스님이 내려준 두 화두를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졌다.

 

두 화두는 ‘높은 나무 가지를 입으로 물고 매달려 있을 때 누가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를 묻는 ‘향엄상수화(香嚴上樹話)’, 열반 직전의 마조(馬祖) 선사에게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리자 답으로 돌아온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다. 스님은 두 화두를 각각 2년, 5년 씨름한 끝에 뚫어내고 깨달음을 얻었다. 때문에 스님은 선불교를 중흥한 경허(鏡虛) 스님으로부터 시작해 혜월(慧月)-운봉(雲峰)-향곡 스님으로 이어지는 영남 지역의 법맥(法脈)을 잇는 선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님은 불교의 대중화·세계화에도 앞장서 왔다. 지난 9월 뉴욕 맨해튼 리버사이드 교회를 찾아 진리를 찾는 문제에 관한 한 종교 간 구별이 없음을 강조했다. 2002년에는 중국과 일본의 선승을 초청해 자신이 조실(祖室·사찰의 최고 어른)로 있는 해운정사에서 국제무차선대회를 열었다. 한·중·일 세 나라의 스님은 물론 대회에 참석한 일반 불자들과 법거량을 벌였다. 스님은 현재 대구 팔공산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 등을 맡고 있다. 종정 임기 시작일은 현 법전(法傳) 종정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날인 내년 3월 26일이다.

 

중앙일보 신준봉 기자


◆종정 추대 수락 말씀

원로대종사님들께서 부덕한 산승(山僧)을 종정에 추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 드립니다. 산승은 앞으로 우리 종단의 화합과 수행(修行)을 위해 이사(理事)방면에 원로스님들의 고견을 받을 것이며,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인 간화선(看話禪)을 널리 진작하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진제 스님의 수락 법어(法語)

大智如愚人莫測(대지여우인막측)

收來放去亦非拘(수래방거역비구)

큰 지혜를 가진 이는 어리석어 보임이나,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진리의 전(廛·가게)을 거두고 놓는 데 또한 걸림이 없음이로다


◆종정(宗正)=조계종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불법(佛法)의 상징이다. 때문에 성철 스님을 비롯해 효봉·청담 스님 등 최고의 선승(禪僧)들이 추대돼 왔다. 종단 행정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실권은 없다. 하지만 ‘부처님 오신 날’ 등 종단의 주요 행사와 안거를 맞아 법어(法語)를 내리고, 종단의 모든 스님들에게 계(戒)를 수여하는 전계대화상(傳戒大和尙) 위촉권, 스님들에 대한 포상·사면 등의 권한을 갖는다. 임기는 5년,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종단의 행정권은 총무원장이 갖고 있다.

 

 

 

중앙일보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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